▶ 도심지뿐 아니라 지방 주유소도 지속가능 경영 준비

▶ 석유 수요와 보유 자원 재분석해 방향성부터 결정

▶ 수요와 인력/자원 활용해 효율 경영 체제 구축해야

일본에선 석유제품 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감소하고 있는 한편, 연비는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악재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 문제다. 일본 정부는 2020년 10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가스 배출을 제로 수준까지 줄이는 탄소중립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2035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카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포함) 비중을 20~30%, 2040년까지 전기차를 비롯해 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의 비중을 10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휘발유 수요는 줄고 탄소중립은 ‘목전’

이와 같은 상황은 안 그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주유소 수를 더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 주유소의 주력 품목인 휘발유 수요와 운전자 감소에 더해서 주유소들의 파이가 대폭 감축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휘발유 수요는 2005년에 6,147만㎘(3억735만 드럼)에서 꾸준히 줄어들어서 2020년에는 4,523만㎘(2억2,615만 드럼)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급감과 점진적인 감소의 시나리오로 나뉘지만(우측 그래프 참조) 어쨌든 감소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당연히 주유소 수도 1994년 6만421개까지 늘어났다가 2020년 말 기준으로는 2만9,005개로 대폭 감소했다. 3만개 시대가 종료된 것이다. 일본 주유소업계에서는 앞으로 5년 이내에 2만개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비등하다. 기름값을 파괴하는프라이스 리더들이 여전히 많고 가격경쟁으로 인해 도심지 주유소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점은 근본적인 딜레마다. 지방 국도변 주유소들은 수요가 너무 쪼그라들어서, 또는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춰 주유소 시설과 장비를 리뉴얼할 자본이 부족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이하 자원에너지청)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 와도 휘발유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본 주유소들의 상당수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본 지방에서 위기론 대두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지방 주유소들이다. 휘발유 수요 감소뿐 아니라 경영을 승계할 사람이 없어서 주유소 폐업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 되면 승용차나 농기계에 기름을 넣어야 하는 농민과 어민들 그리고 고령자들이 주유할 수가 없다. 동절기엔 등유를 배달해줄 주유소가 없는 지역도 있다. 한마디로 지역 주민들의 일상 생활이 파괴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이렇게 한 마을(한국의 읍/면을 지칭)에 주유소 수가 3개 이하인 곳을 자원에너지청은 ‘주유소 과소 지역’이라고 정리하고 주유소 운영과 유지에 대한 정책 지원을 해주고 있다. 자원에너지청의 관계자는 “주유소는 한 지역의 연료를 공급하는 전진 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가 세우는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도 중요하고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로 간주되는 이유”라고 지적하면서 “모든 경제활동의 기반 시설이므로 주유소 폐업이 가속화되면 지역경제는 활성화될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지진과 해일 등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에선 재해 복구를 위한 연료 공급 시설의 중요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높다. 이미 일본 정부는 전국 2,000 여 개 이상의 주유소를 ‘재난 대비용 주유소’로 지정하고 일정액을 지원해주고 있기도 하다. 주유소를 한 곳만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지방에서 주유소들이 계속 폐업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자원에너지청은 지난 6월 긴급 리포트를 발간했다. ‘주유소 과소지 대책 핸드북(SS過疎地対策ハンドブック, 이하 핸드북)’이다. 이 핸드북은 지방에서 힘들게 영업하는 주유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방 주유소의 경영 환경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때문에 여기에 제시하는 경영 방향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